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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희단거리패] 조롱으로 비틀고 풍자로 돌진해 웃음으로 치유
출처 국민일보 게시일 2017.03.13

[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46. 조롱으로 비틀고 풍자로 돌진해 웃음으로 치유하는 ‘변두리 극장’

조롱과 풍자가 뒤섞여 웃음으로 통쾌하게 한방 때리는 오동식 연출 <변두리극장>



1970∼80년대 안방극장 코미디는 현실풍자가 서려있었다.
풍자로 녹여지는 웃음은 시대의 애환을 품고, 코미디로 장전된 소재는 날카로움으로 시대를 물었다. 희극배우들의 연기풍자는 말장난을 넘어서 피곤한 애환을 녹여내는 가족이었다.

구봉서, 배삼룡, 이주일, 서영춘, 이기동 등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날이면 3대(三代)가 방에 모여 ‘웃음’으로 가족애의 온기를 올려놓고 삶과 애환의 피곤함을 씻었다. 코미디로 들추어진 풍자는 걷고 숨 가쁘게 뛰면서 경제발전의 모퉁이를 돌아선 애환의 골목 이였고, “임자, 한번 해봤어”를 들으면서도 고단한 어깨를 누르고 악착같이 달릴 수 있었다.

요즘 정치 풍자 코미디도 성숙해 지고 있지만 탄탄한 구성과 날선 조롱과 풍자를 들고 희극연기로 웃음을 우려내는 맛은 없다. 코미디 시청은 가족들 눈치 보는 시대가 됐다. 연기, 노래,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시대를 바라보는 지식을 코미디 소재로 구성해 가볍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들이 캐릭터로 창조됐다. 유행어와 연기로 섞여진 시원한 풍자는 바보짓 하는 어수룩한 광대의 놀이 극이 아니라 웃음으로 장전된 시대의 애환이었다.

연희단거리패 오동식 연출 <변두리 극장>(2017.3.3~26일·게릴라극장)은 1970년대 군부권력의 흑백 TV 시대 코미디를 거쳐 ‘오늘 현실과 현장’을 쓸어 담는다. 악단들의 익살스러운 깽판 소동이 일어나는 변두리극장은 최순실 정국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분열된 대한민국 한복판을 조롱과 풍자로 비춘다.
배우들은 드롬본, 색스폰, 아코디언,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등 1인 1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웃음에 활기를 쏟아내고 연기는 무게감 있는 풍자로 변주되고 광대들의 유쾌한 화음은 무대를 일으켜 세운다.

‘변두리’ 소외를 웃음으로 들이받는 신랄한 풍자

<변두리 극장>은 2011년 오동식 연출로 국내 초연시켰다. 연출은 지난해 이윤택 연출 <백석우화>로 이념으로 갈라진 백석의 내면을 숙성된 연기로 표현해 제52회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받았다. 배우이면서도 다양한 연출로 감각을 들어내고 있고 이번 작품으로 진중한 웃음의 풍자를 담아 동시대로 돌진하는 날을 세운다. 희극을 다루는 연출력도 풍성해 보인다.

변두리는 ‘소외’의 장소다. 익살스러운 광대들의 소외된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 연주로 하모니를 내야하는 광대들의 불협화음은 날선 조롱으로 현실풍경을 들어 올린다. 민중의 애환을 웃음으로 무장한 칼날의 끝은 현실로 반사되는 광대들의 처절한 저항의 소리다. 광대극 <변두리극장>은 독일 묀헨에서 태어나 익살, 만담, 춤, 노래, 시사풍자 등을 선보이며 ‘카바레티스트’로 서민들의 민중애환을 웃음으로 노래한 가수이자 희극배우, 독일 태생 작가인 카를 발렌티(1882~1948)의 작품이다. 정민영 교수(한국외대)가 번역하고 연출은 각색을 거쳤다.

<카바레트>는 철학과 해학을 동반해 정치현상과 세태 풍자를 패러디 형식으로 풀어가는 드라마다. 변두리극장은 ‘카바레트 드라마’ 형식으로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국내극장식 무대는 한국전쟁 이후에도 연주, 마술, 곡예, 막간극, 만담, 코미디, 노래 등의 버라이어티로 극장식 무대가 인기를 끌었다. 카를 발렌티 <변두리 극장>은 1940년대 독일 뮌헨의 극장식 무대를 연상케 하지만 오히려 현실풍경을 웃음으로 깽판 치며 묵직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웃음의 칼날 끝으로 전진하는 광대들의 소동은 현실의 섬광(閃光)이 된다.

악단들의 익살스러운 소동은 조롱과 풍자로 최순실 정국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분열된 한국사회를 웃음으로 조준한다. 변두리 극장 악단들은 새로 부임한 지휘자가 요구하는 획일화 된 질서, 규제, 권력에 조롱으로 대립하며 좌충우돌 불협화음에서 발화되는 웃음 멜로디는 날이 서려있는 풍자다.

조롱으로 비틀고 웃음으로 한방 날리며 극에 무게감을 잡고 가는 지휘하는 광대(이승헌 분) 와 딴지거는 광대(윤정섭 분)는 웃음으로 산화(酸化)될 수 없도록 극을 균형 있게 끌고 간다. <변두리극장>에서 쏟아지는 웃음이 무게감이 다르다는 것은 악기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배우들의 활력과 마지막 장면, 지휘자와 단원들의 공간분리로 획일화된 질서를 우회하는 조롱의 시선으로 설정된 장면들이다.

우선 연출은 악단단원들과 지휘자의 공간을 분리한다. 단원들의 주된 활동 공간은 무대 평면바닥이고 지휘공간은 스프링으로 구성된 박스 안으로 한정시켜 지휘자와 단원들의 신분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분할한다. 분할된 신분과 계급 차이는 서열화 된 권력과 힘이 작동된다. 그 틈새로 아름다운 화음을 이룰 수 없다. 스프링 장치는 수직으로 형성된 관계의 차이를 무너트리는 장치로 사용되며 권위의 상징인 지휘자를 희화화하는 조롱으로 표현을 확장시킨다.

배우들은 뛰고 달리며 좌충우돌 유쾌한 저항정신으로 무장해 웃음을 생산하고 시종일관 불협화음으로 속도를 내고 극중극 정점에서 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변두리 극장으로 내몰린 소외된 광대악단들을 향해 벽돌 더미가 무너져 내린다. 획일화된 연주, 잘못된 음표의 악보, 도도리표 반복성을 드러내는 지휘자는 우스운 광대로 조롱되면서 극장은 균열되고 파괴된다. 날선 연출의 시선이 모아지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 이르기까지 관객은 웃다가 ‘팍’ 하고 한방 맞은 것 같다.

풍자의 정점에 이르기까지 연출은 웃음으로 획일적 사회를 조준하고 소통의 부재, 정치실종현상, 권위주의, 갑 질 논란, 독재, 전쟁, 물질만능사회와 자본주의로 향하는 오늘현실의 균열된 이념을 묶어 버린다.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 현실사회가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눈치 챌 때면 광대들 삶이 오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광대들의 언어유희는 민중들 내면의 화기(火氣)이자 애환

<변두리 극장>은 1920~40년대 유럽민중의 애환을 담아 광대들 웃음의 저항성을 유쾌하게 노래한 민중소극이다. 막간극, 소동극, 익살극, 광대극이 날카로운 풍자로 들어나는 것은 삶에 대한 비판적 유머이며 획일적 사회를 거부하는 광대들의 처절한 웃음으로 치닫는 깽판 속에 함축되어 있는 소극의 미학이다.

변두리극장 무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무대공간은 허름한 극장식 무대다. 상단에는 등장인물들이 익살스러운 소동을 펼치며 극장 쇼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무대 평면 하단으로는 광대로 분한 악단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이원화 된다.

이 극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지휘자 공간이다. 배우 이승헌은 마술을 선보이면서 관객 시선을 모으고 광대들은 분위기를 잡는다. 코미디프로그램 녹화 전에 개그맨이 관객들 웃음 온도를 올려놓는 식이다. <변두리극장>이 동시대를 풍자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는 것은 배우 윤정섭( 딴지거는 광대)이 신문 한 장을 펼친다. 공연당일 따끈한 뉴스를 들려주면서 현실풍자를 좁혀간다.

대권주자의 말 들, 북 핵, 사드배치, 명동, 중국인 관광객 감소얘기, 특검으로 밝혀진 우병우, 최순실 등 현실정국 현상들을 시시콜콜하게 꺼내놓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현실정치를 향한 말들을 들려주며 무거워 질수 있는 정치현상 얘기를 돌아 ‘오늘의 운세’ 이야기로 전환해 ‘띠 별 운세’를 봐주며 거리두기를 한다.

이어 “여보”를 외치며 돌진해 무대로 들어서는 부인(김아라나 분)이 변두리 극장으로 갈수 있는 초대권을 들고 들어서면서 첫 장면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이들 부부이야기는 시종일관 언어유희로 확장되는 언어 놀이 극으로 시작된다. <변두리 극장>에 초대된 부부가 아들에게 메모를 남겨 놓을 단어를 찾아가는 언어유희의 놀이는 의미 확장으로 생산되고 변주된다. “나간다”는 나가면 돌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돌아오지 못함’은 ‘영영 돌아 올수 없음’ 으로 이해 될 수 있는 말들의 의미로 확장시켜 단순한 말장난의 놀이 차원을 넘어 소통방식은 다양한 의미로 재생된 됨을 드러낸다. 언어에서 파생된 의미의 규칙 깨기로 권위와 독재, 악단 운영의 획일적 질서와 사회 등을 들어내며 조롱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언어유희로 발화되는 의미를 연속적으로 생산해 낸다.

행진곡을 연주하는 지휘자(이승헌 분)의 “ 자, 시작 합니다”는 피아노 치는 광대(김아라나 분)에게는 “쉬자구요?”로 들리고 광대들의 연주는 한 박자 늦거나 트럼펫 순서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극장식 무대 막은 악단들과 가수들이 공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다. 샹들리에가 떨어지면서 지휘자와 악단들의 끊임없는 유쾌한 소동으로 무대는 일관된다. <변두리 극장>에서 파편화된 에피소드가 하나로 관통하고 있는 것도 지휘자를 향한 광대악단들의 도전과 저항이다.

부임한 지휘자는 악보를 꺼내든다. 단원들의 자율성은 규칙과 질서, 권위가 파괴되었을 때 자유는 확장성을 들어내게 된다. 잘못된 악보를 나눠준 지휘자는 단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악보를 밀어붙이는 행동들을 한다.

지휘봉은 권위의 상징이다. 권위가 높아지면 권력이 되고 형성된 권력은 소통의 부재로 들어난다. 부재는 저항의 소리에 부딪치며 마지막 장면처럼 균열과 파괴의 결말을 이루게 된다. 마치 창작자의 예술세계 검열을 통해 의미를 축소하거나 획일화된 예술성을 요구한다면 권력의 화음은 불협화음의 화기가 된다.

또한, 새 장수 에피소드는 애완용 카나리아가 없는 빈 새장을 들고 와 영수증에는 ‛새가 있는 새장’ 이라고 적혀 있고 자신은 정직하다고 주장하면서 돈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린다. 윤정섭은 ‘새마을 운동’을 상징하는 모자와 조끼를 걸치고 ‘새가 있음’과 ‘없음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영수증에 새가 ‘있음’으로 적혀있기에 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70년대 군부권력의 풍자다. 시대의 애환과 풍경을 풍자하며 획일화 된 사회질서와 규칙, 모순들을 조롱으로 받아치고 어떤 질문에도 ‘아뇨’라고 답해야 하는 관객과의 말놀이 장면도 시대풍경을 관통한다.

시대의 고속도로를 돌아 ‘제본공’ 장면도 묵직한 웃음을 준다. 건설회사에서 주문 받은 책 납품방법을 묻는 전화에서 책임을 전과시키며 비서실, 경리과, 관리과, 설계사 대표 등으로 전화 릴레이를 돌린다.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간의 악순환, 기업의 횡포, 갑 질 논란과 관료사회의 모순들을 꼬집는 날선 것들이 이어진다.

또한 “삼촌, 전쟁은 위험한 거야?”로 출발한 이승복, 박현승 배우의 만담장면은 전쟁, 세금, 대통령, 권력, 국회, 자본주의 등 묵직한 주제어가 꼬리를 무는 만담으로 이어져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모순된 정책’을 웃음으로 비틀면서 광대의 애환은 민중의 화기로 옮겨져 오늘을 비춘다.

특히 광대들이 살아가는 변두리 극장을 파괴와 균열로 마지막 장면으로 처리 한 것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극의 예술성과 극장의 공공성을 지키고자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를 설치하고 간이 연극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연극인 내면의 화기로 토해내며 검열시대의 저항성을 도려내고 있다. <변두리극장> 공연장소인 ‘게릴라극장’이 검열과 블랙리스트 정국으로 소극장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제 연극작품을 생산적으로 개발해도 극장 운영을 할 수 없게 됐다. 채윤일 연출로 페터 투리니 작, 명계남, 김소희 두 배우가 이끌어가는 ‘황혼’(3월30일~4월16일까지)이 폐관공연을 하게 되는 것을 오마주(hommage) 한다.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활력(活力)

<변두리 극장>막을 지키는 광대로 분한 7명의 배우들은 웃음을 유지하면서 소동극의 맛과 균형을 이룬다. 지휘하는 광대 역을 맡은 이승헌은 2002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과 2006년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을 수상하고 <연희단 거리패> 배우들을 끌어가는 좌장답게 에피소드들을 무게감 있는 극중극으로 조이고 웃음으로 비틀며 작품을 끌고 간다.

딴죽을 거는 광대로 분한 배우 윤정섭은 극에 웃음 포인트를 잡고 극에 활력(活力) 불어 넣는다. 실제 부부사이인 이승헌과 배우 김아라나는 ‘부부장면’ 에피소드에서 즉흥으로 감정과 고뇌를 속사포 같은 언어유희로 웃음을 반사시킨다. 오동식 연출 <변두리극장>을 운영하는 배우들의 흡입력과 구성, 타이밍이 절묘하다. 전통 소극의 맛을 보고 배우들의 묵직한 코미디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하는 연극이다.

이윤택 연출은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작품과 볼만한 연극들을 들고 2017년 연희단거리패의 기획전인 ‘굿과 연극’ 시리즈를 4월 2일까지 명륜동 30스튜디오 무대에 올린다. 남도소리와 남도언어를 한국연극의 연극적 원형으로 수용 하고 있는 굿 극 ‘씻금'(1~12일)은 연희단거리패의 김미숙 배우가 절창으로 극을 이끌었다. 최다 관객을 동원한 돌아온 ‘오구’(16일~4월2일)는 노모역으로 대표되는 배우 남미정이 작품 원형의 맛을 우려낸다. 연희단거리패 대표적인 배우들(김소희, 김미숙, 윤정섭)이 공연하는 작품 ‘초혼'(4월20일~5월7일)을 릴레이로 공연한다.

기사 전문 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1325686&code=61171211&cp=nv
출처 김건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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