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관련기사
Home > 관련기사
제목 [게릴라극장] 내게 연극은 밥
출처 뉴스컬쳐 게시일 2017.03.14

내게 연극은 ‘밥’, 흐물흐물 지어져도 그 또한 먹어야 한다

연극 ‘변두리 극장’ 오동식 연출



“연극을 시작한 지, 생각해보니 거의 20년이 돼가요. 와. 시간 진짜 빠르네요.(웃음) 연극을 왜하냐는 질문에 답은 늘 비슷해요. 유치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국 살기 위해 하는 거예요. 일종의 ‘밥’ 이죠. 하루 정도는 안 먹어도 되지만, 결국 먹어야 해요. 배고프니까. 잘 지은 밥을 먹고 싶은 욕망이 있죠. 때로는 밥이 잘 안 지어져서 설익을 수도 있고, 죽처럼 흐물흐물해질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먹어야 해요. 그래야 사니까.”

연극 ‘변두리 극장’의 오동식 연출을 만났다. 연출이라고 하기엔 배우로서의 모습이 더 익숙한 그였다. 연극 ‘백석우화’에서 백석을 연기해 2016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을 수상한 오동식 연출 겸 배우. 그가 연출로 참여한 칼 발렌틴의 ‘변두리 극장’은 이름 그대로 주변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중심을 더 울리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변두리 이야기, 게릴라에서 하는 게 맞지 않나”

오랜만에 접하는 끈적하고 찰진 광대극이다. 1882년 독일에서 태어난 희극 배우, 칼 발렌틴의 단만극이 연희단 거리패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지금 우리의 중심과는 다소 벗어난 듯한 이야기,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객관적으로 중심을 보게 만드는 이야기. 연극 ‘변두리 극장’이다.

오동식 연출은 “초연 당시 작품 제목만 보고 이윤택 선생님께서 ‘우리가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칼 발렌틴이라는 희극 작가의 작품이 국내 처음으로 정식 번역되는 만큼 기념비적으로 공연을 해야하지 않나, 하는 이야기가 오고갔다. 희곡은 공연이 돼야만 생명력을 얻으니까”라고 운을 뗐다.

“‘변두리 극장’ 이라는 제목이 게릴라극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곳 게릴라에서도 별 볼일 없는 배우들이 아웅다웅 싸우며 작품을 만들어가잖아요. 때문인지 ‘변두리 극장’이 처음부터 친숙하게 다가왔어요. 대본 처음 볼 때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마치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이야기를 써놓은 것 같았어요. 그게 뭘까, 했더니 70년대 TV에서 봤던 서영춘, 배삼룡, 구봉서 선생님들의 코미디쇼였어요. 과거에는 주로 슬랩 스틱 코미디였잖아요. 지금 생각해도 그분들의 코미디는 아주 수준이 높았어요.”

현대시대의 코미디는 몸보다 말을 쓴다. 소위 ‘말 빨’ 좋은 사람이 게임에서 이기는 구조다. 하지만 오동식 연출은 ‘변두리 극장’이 그저 말에 갇히길 원하지 않았다. 언어유희가 빼어난 작품이지만 몸짓 없이 말만 주고받으니 오히려 늘어지는 느낌이었단다. 때문에 그가 선택한 방식은 다시 몸을 쓰는 것이었다.

“5년 전에도 이 작품을 했는데 촌스럽다고 하더라고요. ‘뭘 그렇게 웃기려고 해’ 그러던데요. 그런데, 그 때도 지금도, 결코 웃기려고 하지 않았어요. 아이러니죠.(웃음) 그저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그리고 5년 만에 다시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반응이 달라졌어요. 재미있대요. 관객이 변한 것 같아요. 작품은 그대로거든요. 물론 참여하는 배우가 달라지고 연기가 노련해진 것도 있겠으나 제가 봤을 때는 그 때와 지금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관객이 변한 것 같아요.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관객들이 칼 발렌틴의 이야기를 더욱 잘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5년 전과 지금? 작품은 그대로, 관객이 변했다

이번 ‘변두리 극장’에서 선보이는 칼 발렌틴의 단막극은 총 10작품이다. 아들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부부, 새가 없는 새장, 예쁜 말로 싸워야 하는 부부, 전쟁에 대한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 등이 그것이다.

“칼 발렌틴의 작품은 코미디면서도 아주 차가워요. 사람 마음에 은은히 퍼지는 웃음이 아니라, 냉정하고 차가운 웃음이 나오게 해요. 시대정신이 반영돼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금 관객들이 5년 전 관객들보다 더 재미있게 보는 것 같고요. 시대적으로 공감가는 장면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한편으로는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여유 없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작품을 보며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한편 씁쓸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야기는 온통 불합리한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불합리함이 너무나 합리적으로 이해가 된다는 점이었다. 100년 전 독일도 그랬을까. 직접 작품을 선보이고, 선보인 작품을 글로 써서 남긴 칼 발렌틴. 지금은 여러 배우가 배역을 나눠 작품에 임하지만 당시 발렌틴은 1인 오케스트라를 자처하며 온 몸에 악기를 주렁주렁 달고 무대에 등장했다. 그야말로 손에 꼽히는 뛰어난 희극배우였던 것이다.

“독일사람들이 그렇게 유머감각이 없대요. 한 독일 연출가로부터 들은 이야기에요. 오죽하면 TV에 코미디 프로그램도 없다더라고요. 독일 국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유머감각만 있었어도 히틀러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라던데요. 모두 지나치게 진지해서 히틀러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결국 세계대전이 일어나게 된 거라고.

헌데 칼 발렌틴은 엄청난 희극배우에요. 독일 사람인데 희극배우라는 게 참 신기하죠. 그의 작품은 코미디라고만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할 정도에요. 웃음을 무기로 갖고 있는 철학자 같다고나 할까요. 외모도 아주 독특해요. 팔다리가 정말 길거든요. 발렌틴은 사회에 갖고 있는 냉철한 비판의식을 코미디로 풀어나갔는데, 그 방식이 찰리 채플린과는 확실히 달라요. 발렌틴이 겨냥하는 지점은 사회의 부정부패에 있어요. 잘못된 사회구조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죠. 그게 매력적인 지점이기도 하고요.”

사회구조의 부조리함을 유머로 풀어낸 작가의 이야기. 그렇기에 이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은 그저 코미디를 연기한다는 생각만으로 임하면 안 된다. 오동식 연출은 “이 장면이 왜 필요한지, 작가가 왜 이러한 이야기를 썼는지, 그리고 이 사회가 어떠한지를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두리 극장’을 연출하면서 과거 우리나라 코미디쇼 형태로 가자고 했어요. 승헌 선배도 동감하더라고요. 과거 선생님들의 코미디를 보면 어려운 시절 ‘그럼에도 웃자’ 라는 묘한 정서가 있어요. 이건 감히 저희가 할 수 없는 지점이죠. 헌데 칼 발렌틴의 작품도 비슷한 정서가 있어요. 때문에 배우들은 사회적 인식을 날카롭게 갖고 있어야 합니다. ‘새가 없는 새장’이 특히 그래요. 영수증에만 있는 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새,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거죠. 배우들이 이에 대해 먼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인 이야기를 코미디의 옷을 입고 몸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오동식 연출은 “몸을 써서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치한 게 좋은 거예요. 저는 가짜를 가짜라고 말하고 시작하는 게 좋아요. 살면서 가짜가 좀 필요해요. 삶을 이루는 모든 게 진짜라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때문에 몸을 쓰는 슬랩스틱이 필요하다고 여긴 거예요. 특히 이 작품에서는요.”

연출 하면 연기에 도움, 연기 하면 연출에 도움

배우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다 싶었다. 연기하며 몸도 쓰고, 악기도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배우들은 세 곡의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선보인다.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악기를 연습하며 지금의 경지(?)에 다다랐다. 앞으로 지방공연을 다니면서 계속 연습을 이어가 올해 안에 완벽한 연주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아라나 배우는 워낙 피아노도 첼로도 잘 연주했고, 승복 배우는 바이올린 전공자에요. 반면 박현승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악기라는 걸 처음으로 다루게 됐죠.(웃음) 정섭이는 아버지가 색소폰을 연주하실 줄 아셔서 이번에 좀 더 배워왔고요. 작품이 전체적으로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연습과정은 좀 나아요. 공연이 더 힘든 작품이에요. 관객을 일 대 일로 만나야 하거든요.

정섭이가 관객과 대화하면서 작품이 시작되는데, 첫날 정섭이가 긴장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래 봬도 무대에서 베테랑인 친구인데 당황하는 모습에 제가 더 당황했죠.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윤정섭’ 이라는 캐릭터로 관객과 만나는 건 처음이래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던데요. 긴장되겠구나 싶었죠. 동시에 배우에게 훈련되는 시간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광대극은 다른 작품보다 관객과의 소통이 더 자유로워야 합니다. 헌데 그게 쉽지 않아요. 두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죠.”

연출가와 배우의 시선을 넘나들며 인터뷰에 응하는 오동식 연출. 지금은 배우와 연출 모두로 관객과 만나고 있지만 출발은 배우로서가 먼저였다. 연기를 하는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부조리극을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국내 관객의 정서상 부조리극은 무대화 되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도 기대했던 만큼 관객이 찾아오지는 않는단다.

“보통 이승헌, 윤정섭 배우가 나오면 티켓이 잘 나가는데 그것도 잘 안 통하는지…(웃음) 물론 많은 분들이 오시긴 하는데, 매진은 아니네요.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 반응은 좋아요. 감사하죠. 전 부조리극이 좋아요. 베케트, 이오네스코 등의 작품이요. 부조리극을 하기 위해 연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연출을 하다보니 제가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게 됐고, 연기를 하다보니 연출을 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연출과 배우는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연출을 할 때는 무대 위 배우가 빨리 변화하도록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저 놔두는 방법을 슬슬 배워가는 것 같아요. 자신감인 것 같아요. 될 때까지 기다리는 자신감.”

앞으로 더 많은 부조리극으로 연출로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오동식 연출. 잘 지은 밥을 지어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그는 연극의 다양한 모습을 맛있게 지어 선보이겠다고 했다.


기사 전문 보기
http://newsculture.heraldcorp.com/sub_read.html?uid=97107§ion=sc169
출처 황정은 기자
[이윤택관련] 문화가 화해 공존 이끌어야
[연희단거리패] 폐관은 끝이 아닌 시작







           
Untitled Docu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