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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전유서 ... 쓰레기 더미에서도 새싹은 언제나 돋아난다
작성자 ley70 [2008.7.24] 조회수 3973
공연이 올라오기 한참전... 공연내용을 전하는 작은 팜플릿에서 연출가의 글을 접하고 공연이 기다려졌다.
희곡을 쓴다며 찾아온 젊은 친구에게 희곡쓰기에 대한 조언은 하지 않은채 배우가 되어 무대에 서게 하고 스탭보조 일을 하며 직접 무대와 작품속 인물을 느끼도록 한 몇년의 시간이 다른 사람의 눈에 서로 잘 맞는 작가와 연출가로 보여졌다니 부부가 서로 닮아가듯 동경하는 대상, 아끼는 인물들은 서로를 닮아가게 되는 것이 맞는가 보다.
김지훈 작가의 장편희곡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이 작품을 어디 세상 속에 한번 던져 보거라. 만일 세상 사람들이 네 글을 읽어낼 수 있다면, 내가 연출을 해 주마.” 라고 하셨다는데 ... 당선된지도 모른채 이윤택선생님이 연출을 하면 딱 맞는 작품이라며 한태숙 연출에게서 건네받은 희곡이 그의 작품이었으니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한 인연의 완성이 된듯 하다.
예전 인켈아트홀에서 했던 4시간여의 긴 연극 '죄와 벌'을 서슴없이 선택하고 만족스럽게 보았었는데 이번에 4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의 작품은 내용 뿐 아니라 긴 시간을 풀어놓은 진행도 궁금했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서 만들어진 인공의 산에서 지번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편지 한장 받을 주소가 없음을 아쉬워할뿐 이곳에 있는 이들은 딱히 불평하거나 삶을 원망하고 있지는 않다.
세상 다양한 사람들의 양상이 이곳에도 존재하기에 노인들, 불구자, 폭력적 인물, 폭력앞에 무방비로 당하는 이들, 당당히 자기 소리를 내며 감싸는 이도 있고 서로를 감싸안는 어머니와 아이들도 있다.
학교 성적이 좋아 100점을 받아도 실력이 아닌 컨닝했다며 매를 맞는 아이, 굶주림으로 뼈만 앙상해서 나무같다며 때리는 이의 손을 도리어 아프게 하는 아이, 의붓아버지의 무자비한 매질에도 반항한번 못한채 당해야 하지만 성품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 어동이.
아이를 향한 매질에 호미를 들었지만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실행하지 못한 어동이 엄마 어진네의 내려진 손이 안타까울만큼 폭력과 착취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마음 아프게 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때로는 죄보다 더 밉고 용서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가로등의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저녁에 나누는 구멍가게 아주머니와 젊은 지식인의 철학적인 대화로 시작되던 첫장면부터 1부 2시간 2부 1시간 50분의 긴 공연시간동안 배우들은 철학적이고 함축적인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다.
버려진 땅, 기억되지 않고 세상으로 부터 보호되지 않는 사람들, 희망이나 꿈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싶은 이곳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냄새나고 오염된 땅에 씨를 뿌리는 여인과 전기불 하나에도 기뻐하고 정신을 놓아버린 노인들의 아이같은 천진함이 있는 공간에서 문득 꿈을 꾸듯 보게되는 사슴 한마리가 미래의 희망을 보게 한다.
단지... 편지한장 받을수 있는 누군가에게 알려줄수 있는 주소만 원했을 뿐인데, 쓰레기 더미 공간에 지번이 생기자 외면하고 피한채 찾지 않던 이들이 떼로 몰려와 착취와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야만적인 모습속에서 정작 지번을 원하던 이들은 너무나 덤덤하기만 하다.

예상했던 대로 결론은 단순하다.
희망!
삶의 어떠한 장소, 상황, 여건들 속에서도 희망은 함께 하고 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새싹은 틔어나고 나무가 자라고 사슴이 거닐고, 거기에 빌딩숲 잘차려입은 사람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 사람의 냄새가 함께 하고 있다.
도심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챙겨서 다 떠나갔지만 아까워하지 않는 남겨진 사람들은 여진히 이곳에서 희망의 싹을 일구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것이다.

죽음을 부르는 무자비한 폭력앞에서 두 아이의 죽음은 세상의 관심 밖이고 간섭도 없고 가해한 이의 양심적 가책도 없이 정당한 것인양 받아들여진다.
두 아이의 어미 조차 억울하다 서럽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한채...
오염된 땅을 일구며 소리없이 뚝뚝 하염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이 통곡하며 울부짖는 모습보다도 더 아프고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어미는 아이를 땅이 아닌 가슴에 묻는다더니...
마지막 인사때 어동이와 어진네가 나오는 모습만 보고도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오는 것을 보니 극속 이야기가 너무 많이 아팠구나 하고 새삼 느껴진다.
꼭 이렇게까지 아프게 만들어야 했을까?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 같지 않은 의붓 아비의 폭력 앞에서 그대로 당한채 그를 방치했어야 했을까?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을 떠올리며 그래도 세상에는 악 앞에 무방비로 당하는 선하다 못해 바보같은 이들이 있고 그들은 늘 영악한 가해자들의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가 한숨짓게 된다.
그럼에도 희망은 여전하다고 하니 한숨짓던 가슴을 다독이며 미소 지어야 하는 것인가...

일반적인 못배우고 무식한 사람들의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되던 뒷골목 인생같은 인물들이 이 곳에서는 너무나 철학적인 대화들을 나눈다.
그들만의 언어세계... 우리와는 다른 전혀 다른 4차원의 세계를 만나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 보는 내내 꽤 긴장한채 귀를 쫑긋 기울여야 했다.
아이의 대사, 치매 걸린듯한 노인들의 대화, 젊은 지식인과 가게 노인, 토지국장과의 대화속에서도 무수한 언어적 표현들은 전체적 흐름으로만 남아있을뿐 각각의 내용들을 다 기록하지 못하는 두뇌의 활동이지만 세상을 향한 그들이 내놓는 삶의 이야기들, 엉뚱한 논리가 머리속을 가득 메운다.
어느곳에나 여전히 존재하는 이기적인 기회주의자와 맹목적으로 부를 쫒는 인간들의 모습은 익숙한 것이어서 도리어 가볍게 다가온다.
참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물들을 참 많이도 가져다 놓았구나 싶었다.
그래서 무대가 더욱 실감 났다.
중간에 보여준 휴대폰의 홍수... 버려진 휴대폰들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통화후 다시 버려지기를 반복한다.
극중 쓰레기에 대해 들려주던 정의가 정말 가슴에 다가왔다.
이또한 들을때는 내용이 가슴에 팍 박혔는데 역시나 두뇌의 산만함으로 의미만 남아버렸다.
' 물건은 가진자의 관심과 애정이 사라져 버릴때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생명력이 없다.'
뭐 이런 의미인데... 프로그램을 살것을...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학교 아이들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위해 교무실의 분실물함에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멀쩡한 펜, 휴대폰, 신발 등등등 정말 괜찮은 물건들인데 찾으러 오는 아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유.는... 더 좋은 새로운 다른 물건을 갖기 위한 것이다.
물건에 대한 소중함, 애정이 사라진 분실물 보관함에 놓여진 물건들은 더이상의 가치가 없는 존재물들이 아닐까 싶다.
어릴때 이쁘다고 사랑받다가 다 자라면 귀찮다고 밉다고 버려지는 애완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생명을 경시하고 만들어진 용도가 아닌 드러나는 가치만으로 평가되고 쉽게 버려지는 물건들의 모습을 쓰레기더미 산에서 보았다.
어쩌면 그곳에는 아직도 주인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물건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열연에 다시한번 놀랍고 고마웠던 무대였다.
쉽지않은 대사들과 대사량, 폭력적인 행동의 능동적 가해와 수동적 받아들임의 동작들과 표현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객석을 향해 안타까움과 분노를 드러내게 한 긴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연습은 무대의 보여진 모습보다 훨씬 많았을 것인데...
특히나 김소희님의 연기는 역에 대해 다른 사람을 떠올릴수가 없다.
이전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러했지만 다른 사람이 저 역을 한다면 저런 느낌은 절대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공감되고 만족스럽다... 특히 이번 작품은 더욱 더 그러했다.
이승헌, 김미숙 님의 연기도 역시나 반갑고 노련한 연기에 만족스럽지만 ^^
아쉬움이 있다면 배우들의 지인들이 보여주는 관람태도다.
크게 우습거나 상황이 코믹한것이 아닌데 그가 보여주는 어설픈 모습이나 등장만으로 너무나 오버해서 보여주는 웃음과 일행과의 대화는 주위 관객들의 눈길을 무대가 아닌 본인들에게 쏠리게 한다.
그들 및 그들이 반응하는 단역의 배우들에게도 그닥 고운 시선을 주지 못하게 되는데...
배우 자신들은 객석에서 들려오는 튀는 웃음과 대화들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이후에라도 지인들에게 자제해줄것을 당부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후에 이 공연을 다시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는 조금은 쉽게 풀어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철학적 대화들이라도 풀어서 보여줄수 있지 않을까?
듣는 관객들이 그렇군 하며 바로 머리속에 정리되고 이해하면서 극을 따라 갈수 있도록...
지극히 내공이 부족한 관객의 입장에서 조금은 머리가 편한 공연으로 다시 만날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보았다.

장시간의 대단한 공연을 볼수 있도록 작품을 쓰고 연출 및 무대에 올려주신 연희단의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0^ 제가 뮤지컬은 처음 봤어요..
울고있는 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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