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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전유서를 본 '하루'씨의 후기...
작성자 haru [2008.7.21] 조회수 3680
< 프롤로그 >

평생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
알란파커 감독의 'Wall' 같은 영화나 'Antiphone Blues'와 같은 음악 앨범...
이제 오늘 '원전유서'란 연극 한편이 나의 명작 리스트에 추가가 되었다.


< '원전유서', 진정한 연극이 무엇인지 보여주다 >

'하루'씨가 공연을 보면서 가장 기분이 좋을때는,
훌륭한 희곡에 훌륭한 연기가 어울어져
훌륭한 무대 위에서 훌륭한 음향을 안고
훌륭한 연출에 의해서 표현 되어졌을때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그렇게 코드가 딱 맞는 공연을 만나기란 어려운일이다.
그래서 보통은 어느 정도 감수를 하면서 공연을 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딱 맞는 공연을 만났다.

'원전유서'란 알 수 없는 제목과 어쩐지 무거움이 느껴지는 부담감을 안고
'하루'씨가 4시간을 졸지않고 볼 수 있을지를 의문스러워며 공연장에 들어섰다가
불과 1시간만에 공연이 끝난것처럼 빠져들어
시계가 고장난건 아닌가 계속 들여다 보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리도 詩적인가...>

'원전유서'를 보며 놀란 몇 가지를 좀 정리해보자.
'하루'씨는 너무도 시적인 대사에 대체 이 괴물작가는 누군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작가가 97년에 처음으로 희곡을 쓴 엣된 20대후반의
젊은 작가라는 것이다.

"김지훈? 얘는 뭐야... 이 정도 대사처리와 작품수준이면 연륜이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희곡계에 천재가 나온건가?"

솔직히 질투심이 날 지경이었다.
이쯤에서 맛보기로 대사를 하나 간략하게 맛보자.

매일 매를맞는 아들이 안스러운 엄마가 아들에게 왜 이리 말랐냐고 묻는다.
아들이 말한다.
"얘들이 그러더라. 나보고 의자 같데. 팔이랑 다리랑 삐걱삐꺽 소리가 난데.
선생님은 때리는 자기 팔이 더 아프다고 그랬다.
너는 뼈 뿐이냐고...나는 왜 사람을 아프게 할까..
난 아무도 아프게 하기 싫은데..."

그렇게 어머니의 무릅을 베고 잠든 아들을 보며 엄마는 안스러워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를 건너 땅으로 가네. 눈물은 뭫하러 내 눈을 건너가나...
강물로 가거나 비가 되러 갈 일이지
왜 그때는 아파야 하나...
내가 눈물 흘릴때... 멀리 물이 나를 건널때...
너의 몸이 나무다."

순간 '하루'씨의 눈가가 촉촉해 졌다.
이 얼마나 시적인가... 이 얼마나 아름다운 가...
뭐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정도로 이 연극은 곳곳에서 시적인 명대사가 넘친다.

결국 언랑은 뭐에 홀린듯이 팜플렛을 샀다.
이런... 대체 팜플렛사면서 이렇게 돈 안아까운것이 얼마만인가...
값은 5000원인데 팜플렛에 희곡 전체가 실려있다.
두께가 왠만한 책 한권이다.
작품의 제작 과정과 이해를 돕는 글도 가득이다.
이런게 팜플렛이라는 거다.
대체 다른 극단들은 팜플렛을 뭐로 아는 걸까...
정말이지 본받으라고 말하고 싶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내용은 그닥 없이 사진만 늘어 놓은 팜플렛을 싫어한다.
광고나 추천글따위로 도배된 의미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구색 갖추기식 팜플렛은 안찍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언랑'은 그런 팜플렛은 단돈 100원짜리라도 사지도 않을 뿐더러
어쩔수 없이 구입을 해야만 한다면 휙 둘러보고 그냥 버려 버린다.
종이 질이 중요한게 아니다.갱지에 흑백사진이면 어떠랴...
팜플렛은 팜플렛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란 이런 것이다.>

공연중간 휴식시간이다.
음료수라도 하나 뽑아 먹을 양으로 나와서 걷고 있는데
우연히 뒤에서 걷던 일행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야, 아까 그 어진네라는 배우... 어쩌면 그렇게 소름기치도록 연기를 잘하냐?
난 진짜 상처받고 인생을 달관한 그런 여자같아서 소름이 다 끼치더라."

"어진네말고도 다른 배우들도 장난이 아니던데...
진지한듯하면서도 너무 웃기고, 웃다보면 슬프고... 진짜 대작이네."

'언랑'은 그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로 작게 말했다. "동감!!"

연기는 흉내가 아니다.
'스타니 슬랍스키'도 제발 무대에서는 연기를 하지말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날 무대에서 연기가 아닌 역할에 제대로 녹아들어간
진솔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몇이나 될 까...
하지만 '원전유서'에서는 진정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상처받는 것이 생활이 된 '어진네'...
매일 맞는 것이 생활이 된 가난하고 공부잘하는 아들'어동이'...
넉살좋고 기가 센 구멍가게 아줌마'점방네'...
그 외에도 모든 배우들이 정말이지 연기를 잘한다.

생각해보자. 독백을 10분이상 누군가 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금새 지루해 진다.
긴 대사를 맛깔나게 처리할수있는 연기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는 심심하면 장기독백이다. 그런데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다.
정말이지 연기란 이런 것이다.


<아쉬움은 없는가?>

'하루'씨가 늘 이야기 하듯 아쉬움이 없는 공연은 없을수 없다.
이런 훌륭한 작품도 옥의 티는 있기 마련이다.
이 대작의 포스터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포스터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과연 이 포스터를 보고 이 공연을 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느냔 말이다.
이 포스터는 쳐다만 봐도 지루할것 같고 지지부진할것 같으며 궁상일 것 같다.
보고 싶은 마음이 한번에 확 달아난다는 소리다.
마케팅의 효과를 갉아먹는 포스터가 너무 아쉽다.

그리고 몇몇 배우에 대한 얘기를 하겠다.
거의가 명배우들이지만 그 중 어느 배우는 지나치게 요령으로 연기를 한다.
마치 누군가 연극 배우를 흉내낸다면 그런 몸짓과 말투와 발성을 흉내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마도 연출의 의도겠지만) 지나치게 잔인하다.
보는 이들이 "꼭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잔인하다.
그 잔인함의 수위만 좀 낮추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다....

마지막으로 공연중간에 시장하실 관객분들을 위해 김밥이 준비되어 있다고 안내가 나온다.
사람들은 무료로 주는 줄 알고 물어 물어 찾아가지만....

판매였다.

뭐 비싸진 않다. 생수포함 2000원.
그렇지만 가격이 중요한게 아니다.
관객은 우롱당했다고 생각한다는게 문제다.
김밥이 준비되었다고 하지 말고, 김밥을 생수포함 2000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고 안내를 해야 한다.그럼 구입하면서 기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게 맞다.


<마지막 이야기>

이 공연... 후유증이 심하다.
공연볼때 시종일관 훌쩍 거리던 '언랑'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연극장면이 떠올라 울다 잠이 들었다. ㅡ,.ㅡ;;)> 누가 보면 부모님 상이라도 당한줄 알았으리라...
보고 나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팜플렛을 뒤척이며 장면들을 떠올린다.

"이 아이는 재털이 인가, 화분인가?" 하고 대사를 흉내내보기도 하고,
말없이 사람 사는 삶에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공연... 후유증이 심하다.

행복한 후유증이다.
관람후기..
^0^ 제가 뮤지컬은 처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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